[뿌리가 되는 문장수집 #8] 마음 깊은 숨_예소연 (#소설 #올해의감정)
2025-05-21
[뿌리가 되는 문장들 #8] 마음 깊은 숨_예소연
#소설 #올해의 감정
https://product.kyobobook.co.kr/detail/S000215787788
---
● "우리가 그냥 살아지듯이, 소설이 그냥 써지는 건 아닙니다만, 어느 순간 내 마음가는 대로 쓰다 보면 소설이 되는때가 있습니다. 저는 그 순간을 몹시 사랑하고 어쩌면 그 순간을 위해 소설을 쓰는지도 모릅니다.
● 붙잡으려고 애쓸수록 그 기억을 사랑하게 돼요. 저는 현진을 마지막으로 잠에 들게 했던 그 순간에 대해 아주 오래도록 생각할 수 있어요.
● 그런데 그 상상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무참하게만 느껴졌다. 그러니까, 어떤 사랑은 그렇게도 된다.
● "저는 언제나 비밀을 갖고 있었어요."
"현진처럼요?"
"현진 같은 비밀을요."
"비밀을 가지면 뭐가 달라지나요?"
"비밀은 사람을 안달 나게 하잖아요."
→ 의도적으로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것도 유사한 효과가 있을까? 이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을 돌아보면 가능할 것 같음. 계속 본문을 곱씹게 된다. 명확하지 않았던 부분을 밝히기 위해서... 여운이 길게 남기도 하고. 소설은 허구니까. 소설이 그렇다면 다른 허구에 적용될 수도.
→ 요즘은 언어의 여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. 비밀이 '보이지 않는 흐릿함'이라고 한다면 언어 사이의 공백이나 여백, 보이지 않는 흐릿함도 일종의 그런 것.
● 나는 차라리 내가 죽기를 바랐다. 그것은 진심이었다.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진심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. 애초에 그건 불가능한 일인데. 불가능하다는 걸 다 알고 하는 말인데.
● 나는 차분한 요시의 말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고 다시 한번 그가 안심 케어형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깨닫고 말핬다.
● 내가 그 말을 내 입으로 내뱉음과 동시에 잊고 있던 사실을 모조리 깨닫게 되었고 그 당시의 사건은 선명하게 나를 덮쳐왔다.
● 나는 방금 그 말을 함으로써 분명히 무언가를 훼손했고 훼손한 무언가는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.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몹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.
→ 당혹을 우아하게 잘 설명하는 문장이어서. 문장에 '무언가'라는 비밀이 들어가서 기억에 자꾸 남는, 곱씹는. 나를 넣게 되는.
●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다가, 요시에게는 솔직하게 말해주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. "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, 그게 사람은 잘 안 돼요."
● 주름이 지는 원리는 사는 원리와 같단다. 원리가 뭔지는 묻지 말고.
● "어쨌든. 그럼 누가 너무 미워서 죽겠던 적 없어요?"
"없어요."
"그렇군요."
"지영씨는요?"
"저는 거의 화가 나 있는 상태로 누군가를 미워하죠."
●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오류가 많아지기 마련이야. 오류는 잘못된 선택을 초래하고, 잘못된 선택을 하는 안드로이드는 있어선 안 돼.
● 미루는 사람의 마음은 다 그런 것 아닌가.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. 모른척하여 숨 돌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조금이나마 확보하는 것.
---
1. 정리하니 예소연 작가님은 '대명사'를 잘 활용하는 분일 수 있겠다 해요.
구구절절 설명보단 공간을 남겨두는 단어들...로 이입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고요.
전체적인 구성도 그랬고요.
2. 이상문학상 수상집, 젊은작가상 수상집 등등...
매년 새로 발간되는 책은 그 해의 특징이 담겨있기 마련이고요.
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들에게서 공통으로 느껴진 감정은 '당혹 / 당황' '이게 맞아?' 같은 의구심 등등.
2024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.
댓글 0개
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.